자기감에 대한 단상
“버려진 땅에서 우리는 인간이 된다.”를 읽으면서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부분은 자기감과 관련한 내용이다. 자기심리학의 근본 명제는 그에게 ‘자기가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예수님도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고 하셨다. 그런데 나에게 충격을 준 것은 내가 부인해야 할 대상으로서의 ‘자기’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 ‘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 알콜중독자 아내들과 일치했다. 이는 내가 자기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의 대부분 관심은 도박과 연결되어 있었고, 학문, 가족, 사회관계 등은 모두 부수적인 것이었다. 내 삶의 주인공은 도박이었고, 나는 그 노예였다.
초등학교 5학년때 반장으로 당선되었다. 4학년 말에 인천 부평에서 서울 여의도로 이사가 촌놈이 서울 아이들을 이기고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면서 나에게 3번 절하셨고, 3일 뒤에 돌아가셨다. 그 이후 나는 우두머리가 되면 안 된다는 다짐을 계속하면서 참모로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만심 덩어리였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성인 이후 아니 60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그 이후 항상 인생의 주인공이 아닌 관객으로 살았다. 그래서 수많은 고난과 좋은 일들이 지나가도 내가 아닌 무감각한 타자의 입장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도박을 하면서도 그 자체는 즐겼지만, 도박을 하는 목표가 없었다. 돈을 따고 싶다는 바람은 있었지만, 본질은 그냥 도박을 재미로 한 것이다. 도박장에서 도박을 하면서도 잃고 따는 것에 자기의식이 없이 관객으로 무덤덤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재밌어서 무수히 반복하는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 결과 내 삶의 주인의식을 상실한 도박의 노예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나의 모습이 나의 참 자기라는 사실이 비참하지만 이를 버리고, 내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가는 내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