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123)

라파공동체2026.03.28 15:232

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123)



 “기독교 시온주의”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와 모순에 대해서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독교 시온주의”가 학문적으로 그 실체가 밝혀지기 이전에 세간에 오르내리던 단어는 “정치적 시온주의”였습니다. “정치적 시온주의”는 이스라엘 민족이 정치, 외교, 군사적 활동을 통해 유대 민족의 국가를 다시 세우고자 했던 세속적 독립 운동을 의미하는데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 다비드 밴구리온이나 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최고통치자의 자리에 오른 메나햄 베긴, 골다 메이어 등이 “정치적 시온주의자”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그들의 고토인 팔레스타인 땅에 종교 국가를 세우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철저히 세속적인 국가, ‘유대교’의 국가가 아니라 ‘유대 민족’의 세속 국가를 수립하려 했습니다. 벤구리온과 그의 추종자들은 유대인들이 유럽 문명과 문화의 ‘현대성’을 접하면 근본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들은 무엇보다도 낡은 종교적 견해와 관습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세속적 세계관과 삶의 방식을 국가 설립의 기본 이념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들의 행동과 지향은 “기독교 시온주의”와 아무런 연관이 없었습니다. 



 이 당시 소수 “정치적 시온주의자”들을 빼고 대부분의 유대인들과 유대교 랍비들은 “기독교 시온주의”와 “정치적 시온주의” 모두를 배격하고 반대했습니다. 그들은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믿지 못했고, 더 나아가 그것이 야훼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진정한 메시아가 오기 전까지 그들은 그들이 처한 곳에서 믿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야훼의 뜻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설령 유대 국가가 다시 세워진다 해도 세속 국가가 되기를 원치 않았고 기독교 국가가 되기는 더더욱 원치 않았습니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될 때 ‘유대(교) 주의자’들은 철저하게 배제되었고, 영국과 미국의 “기독교 시온주의자”들의 후광 하에 “정치적 시온주의자”들이 주축이 되어 이스라엘은 건국되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건국된 후 “유대(교) 주의자”들도 속속 귀환하면서 이스라엘 사회 내에 ‘정통 유대교 그룹’(하레디)을 형성하고 세력화됩니다. 현대 이스라엘을 움직이는 양대 세력은 종교를 갖지 않은 세속화 세력과 정통 유대교 그룹인데 이 양자는 공히 “기독교 시온주의”에 반대합니다. 기독교가 이스라엘에 전파되는 것 자체를 반대합니다. 기독교의 전도와 선교의 자유도 사실상 허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몇몇 강경 이슬람국가와 같이 기독교의 전도와 선교가 허용되지 않는 지구상의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의 “기독교 시온주의자”들과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미국의 우파 정치세력, 이스라엘의 세속 정부, 정통 유대교 그룹 사이에 긴밀한 유대가 형성되고 있으니 기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치, 경제, 외교적으로 미국은 중동지역을 관리하고 이 지역에 대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동맹이 필수적입니다. 기독교 시온주의자들은 이슬람 세력에 대한 궁극적 승리를 통해 이스라엘의 온전한 회복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유대교 정통주의자들에게 이슬람 세력은 영적으로는 사탄과 마귀의 세력이기 때문에 반드시 궤멸되어야 하는 악의 세력인 것입니다. 그러한 인식하에서 기독교 시온주의자들과 정통 유대교도들은 기꺼이 손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연합된 이들과 아랍 이슬람 국가 사이에는 테러와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비규환의 살상과 살육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그곳에선 “전쟁에 능하신 야훼 하나님”만이 경배받고 있습니다. 샬롬의 하나님, 십자가에 달리신 사랑의 예수님은 도대체 어디에 계신 것입니까?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전면적으로 공격하면서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 한 이후 미국은 1973년까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사이에서 벌어진 네 차례의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의 강력한 후원자 역할을 했습니다. 1980-88년까지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는 이슬람 혁명으로 반미 국가가 된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라크(사담 후세인 정권)를 지원해 전쟁에 개입합니다. 1990-91년에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점령하자 “사막의 폭풍” 작전을 전개하며 직접 전쟁에 참가합니다(걸프 전쟁). 2001-21년에는 알카에다와 탈레반 정권 축출을 목표로 장기간에 걸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입니다. 2003-11년에는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이라크를 공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립니다. 그리고 2026년 2월 28일 이스라엘-미국은 이란을 공격해 새로운 전쟁을 일으킵니다. 이 모든 전쟁에는 이슬람을 악마화하는 오도된 신학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맹목적으로 지원하는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기독교 시온주의” 신학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믿는 믿음의 중심에 반드시 “평화”가 있어야 함을 현대 중동 전쟁 80년사는 고통스럽게 증언합니다. 저는 1948년 이스라엘의 독립과 건국을 하나님의 뜻으로 이해하는 데에 아무런 이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하나님의 뜻이었다면 이스라엘의 건국이 중동 지역의 화해와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평화”에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 믿음을 가진 아나뱁티스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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