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98)

라파공동체2026.03.28 15:232

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98)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에서 교회사를 가르치는 최종원 교수가 지은 「수도회, 길을 묻다 – 제국의 가치에 저항하는 삶의 방식」(비아토르, 2023년)은 개신교 교회사에서 지워진 수도회를 오늘 우리 현실 가운데로 불러오려는 의도로 쓰여진 책입니다. 저자는 수도회가 로마 제국의 주변에서 성장하여 마침내 중심을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했던 역사 속 흐름을 기술하며 수도회의 경험과 역사로부터 오늘 우리 교회의 회복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고 제안합니다. “교회의 회복은 새로운 종류의 수도회 주의에서 나올 것이다”라고 했던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을 상기시키며 저자는 수도회는 세상과 떨어져 있었지만 세상과 무관하지 않았고 실상은 세상의 전위에 서 있었다고 말합니다. 



 16C 종교 개혁으로 개신교가 탄생함으로 기독교의 지평이 넓어진 반면에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수도원 전통을 담아내지 못하고 배제하였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16C 이래 지금까지 개신교 안에서 수도원이나 수도회는 철저하게 배제되었고 금기시되었습니다. 개신교는 수도원, 수도회의 역할과 기능을 교회가 떠안으려 시도했지만 수도원, 수도회가 간직하고 있었던 풍성한 유산들을 온전히 흡수하는데는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카톨릭이 수도원과 성당의 양 날개로 교인들의 신앙생활을 조율하고 규율해 온 데 비해 개신교는 오로지 교회만으로 이를 감당하려 했지만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한국의 개신교회는 카톨릭의 수도원에 견주어 기도원을 세우고 활용해 왔지만 그것들은 카톨릭 수도원, 수도회의 깊은 영성과 전통의 부요함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신앙 생활의 첫 시기부터 수도원적 삶에 대한 지향과 동경이 있었습니다. 그 출발은 사도행전에 나타난 초대 교회의 공유적 삶에 대한 동경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예수원을 알게 되었는데 살아 있는 수도 공동체 삶을 실체적으로 발견하고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예수원의 실체에서 받은 영감은 중독치유공동체인 라파공동체의 설립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중독에서 회복된 회복자들을 중심으로 ‘예수의 단순한 삶 공동체’를 세워나가는 일에 진력하고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 신앙의 지향이 실천적 힘을 얻은 것은 아나뱁티스트들을 통해서 였습니다. 아나뱁티스트들 중 후터라이트와 아미쉬 형제들의 삶이 본이 되었고 모델이 되었습니다. 후터라이트는 브루더호프 공동체의 탄생과 성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브루더호프 공동체는 ‘예수의 단순한 삶 공동체’가 따를 구체적인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 기독교 공동체의 기원은 1920년대 독일에서 에버하르트 아놀드에 의해 세워진 브루더호프 공동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차대전을 지나면서 프랑스의 떼제공동체, 독일의 기독교마리아 자매회 등과 같은 기독교 공동체들이 세계적 차원에서 태동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한국에서도 동광원(1950년), 예수원(1965년) 등과 같은 기독교 공동체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세워지고 있는 개신교 기독교 공동체는 현대 기독교 역사에서 새롭게 등장한 “새로운 양식의 교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사도행전에 나타난 초대 교회의 모습을 원형으로 삼고, 수도원 공동체 전통을 복원하고, 16C부터 존재해온 아나뱁티즘의 영향 - 아나뱁티즘의 신앙과 신학을 직접적으로 계승하든 아니면 간접적으로 영향받든 – 아래서 태동하고 성장하여 왔습니다. 이들 기관들은 기독교 기관이면서 기존의 교회 양식과는 다른 “공동체 존재 양식”을 채택하였는데 그 존재 양식은 기존의 수도원 공동체의 존재 양식과 결을 같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초대 교회는 가정 교회의 형태를 띠면서 지역과 마을을 배경으로 이루어졌는데 수도원 공동체는 초창기에는 개별 수도자 중심으로 수도 생활이 이루어지다가 점차 한 지역, 한 건물에 모여 살면서 수도생활을 하는 공주 공동체 양식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세계 1, 2차 대전을 전후에 태동한 개신교 기독교 공동체는 브루더호프 공동체나 예수원 공동체와 같이 가족 단위로 생활하면서 수도적 성격을 지향하는 가족수도생활 공동체와 떼제공동체, 기독교마리아 자매회, 한국에서는 디아코니아 자매회와 같이 독신자들로 구성된 독신 기독교 수도 공동체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개신교 기독교 공동체는 크게 가족단위 수도생활을 지향하는 가족생활 수도공동체와 독신 남녀로 구성된 독신자 수도생활공동체로 나뉘어 발전하여 온 것 입니다. 이런 가운데 공동 생활을 기본 생활 양식으로 하면서 평화 사역, 선교 사역, 농촌 사역, 중독 치유사역 등 다양한 복음적 요구를 반영한 기독교 사역공동체들이 탄생하게 되었고, 교회의 공동체성 회복을 강조하는 ‘공동체 교회’들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 개신교 안에서 새롭게 출현한 ‘기독교 공동체’는 ‘새로운 교회 양식’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수도원 전통과 삶의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탄생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살아 있는 모델이 ‘공동체적 삶’을 500년간 유지해온 아나뱁티스트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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