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96)
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96)
김장하 선생 같은 분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장하 선생으로 인해 진주가 더 좋아졌습니다. 진주하면 떠오르던 것이 남강과 논개, 촉석루, 군항제 수준이었는데 앞으로는 김장하 선생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부자인데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며 살았습니다. 양복 한 두벌로 1년을 지냈고, 차도 없이 걸어서 출퇴근을 했습니다. 자기가 애써 번 돈을 아낌없이, 대가를 바라지 않으며 희사했습니다. 그의 삶 전체가 소박하고 검소했습니다. 그는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세상의 어두운 그늘을 볼 줄 알았고, 역사를 꿰뚫는 눈이 있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눈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위한 쉼터 설립에 도움을 주었고, 진주 지역 백정들의 인권과 자유와 해방을 위한 투쟁의 역사, 곧 형평사 운동을 복원 하는 일에 함께 하였으며, 지역 신문인 진주 신문의 운영에 재정적 도움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학교를 세우고 장학사업에 힘써 가난한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문화 시민 단체들을 후원하여 건강한 문화 생태계를 세우는 일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일을 통해 그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길러 냈습니다. 12.3 계엄 사태가 헌법재판소 법정으로 옮겨가 판결을 기다리던 때, 판결이 늦어짐으로 탄핵이 기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으로 사람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있었을 때 저는 헌법재판소장이 문형배인 것을 알고 공정한 판결을 의심치 않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 속에서 그를 보았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외부 노출을 무척이나 꺼렸던 김장하 선생을 위해 은혜를 입은 이들이 모여 조촐하게 깜짝 생일 파티를 열었을 때에 누군가가 김장하 선생의 은덕을 이야기 하면서 눈물 짓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문형배 판사였습니다. 김장하 선생님의 도움으로 자기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하면서 자기도 선생님을 본받아 살겠노라고 고백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문형배 소장이 김장하 선생의 장학생이었다면, 그리고 그를 본받아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안심이 되었습니다. 훗날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판결을 이끈 문형배 대법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고조되었을 때 김장하 선생이 다시 세인의 입에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그 스승에 그 제자였던 것입니다. 물론 김장하 선생은 스승이 되려는 마음조차 갖지 않았겠지만 말입니다.
<어른 김장하>를 보면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참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삶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살아 있는 삶의 모델이었습니다. 목회자의 길에 들어설 때 주어지는 충고의 하나가 돈·여자·명예(권력)를 조심하라는 것인데 참 맞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적용되어야 할 충고지만 특히 목회자들은 더 깊이 새겨들어야 할 충고일 것입니다. 가부장적, 유교적 정서가 여전히 남아 있는 한국 사회에서 목회자들에게는 과도한 권위와 힘(권력)이 부여되는데 그것이 올무가 되기 마련입니다. 김장하 선생은 돈을 잘 다루고 이겨냈습니다. 권력에도 머리 조아리지 않고 당당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기습적으로 그를 방문하였을 때 다방 커피를 배달시켜 대접했다 하지 않습니까. 한약방에 고용된 직원들을 후하게 대해 주었고, 진주라는 지역 사회의 교육·사회·역사·문화·복지 등의 다양한 영역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그것도 자기의 이름이 드러나기를 극구 꺼리면서 말이지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생활에서 최대의 장애가 되는 것은 돈과 권력입니다. 그것은 오늘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그 옛날, 예수님 적에도 그랬습니다. 복음서와 신약성경 전체에는 돈과 재물에 대한 많은 가르침이 적시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을 통해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리라”(마 6:24)고 말씀하셨고 사도 바울도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딤전 6:10) 라고 말했습니다. 기독교 영성가인 리처드 포스터가 「돈·섹스·권력( Money, Sex & Power)」(김영호 역, 두란노, 1989, 2011년)이란 책을 쓰게 된 이유는 그것들이 그리스도인들의 영적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기도라든가, 예배라든가 같은 주제들은 영적인 기운이 감도는 반면, 돈이라든가 섹스, 그리고 권력과 같은 주제들은 기껏해야 ”세속적인 것으로 돌리는” 세태 속에서 참된 영성은 이같은 “세속적”인 영역에서 하나님의 거룩을 드러내고 증거하는 것임을 알리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저술 동기를 밝히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리라” 하셨을 때 그 ‘재물’의 헬라어 원어는 주지하다시피 재물신을 뜻하는 맘몬(mammon)이었습니다. 그것은 재물, 돈이 ‘악마적 신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앞에는 두 주인이 있는데 하나는 야훼 하나님이고 다른 하나는 재물신인 맘몬이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이 둘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에게는 오직 섬겨야 할 한 주인만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