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86)

라파공동체2026.03.28 15:232

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86)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동시에 이른바 K-방산산업이 활황을 맞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전쟁과 함께, 전쟁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에 군산복합체가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런데 한국도 어느새 그 위치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군사 물자와 무기 조달로 특수를 누리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남과 북이 만든 무기로 인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젊은 병사들과 무고한 시민들이 엄청난 숫자로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자위를 위해 무기를 만든다 해도 그것이 산업이 되는 순간 그것은 시장의 원리에 지배를 받게 됩니다. 상품은 소비되어야 하고 소비 시장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산업은 망하고 자본주의는 성장을 멈춥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본주의 생리에 순응하는 것을 삶의 제1원리로 믿고 따릅니다. 전쟁보다, 사람의 생명보다 그것이 우선입니다. 사람이 죽어 나가더라도 자본주의가 살아남고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실상입니다. ‘부국강병’은 세상 모든 나라들이 꿈꾸는 이상이자 목표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꿈과 이상이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는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가 차별받지 않고 돌봄받는 나라입니다. 그것은 나라가 부국하고 강병해야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콩 한 쪽 나누어 먹는 삶 속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나라는 바울이 말한 바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들”(고후 5:10)이 사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나라와 세상 국가의 꿈과 이상, 작동 원리, 현실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와 ‘나라’ 라는 단어는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다른 뉘앙스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원어는 “Kingdom of God”, 곧 하나님의 왕국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왕조 시대가 아니므로 ‘하나님의 왕국’로 그대로 번역하여 사용함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것을 “하나님의 국가”로 표기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음은 “국가”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뉘앙스, 의미가 “나라”와는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밝은 누리 공동체 살림학 연구소에서 펴낸 「살림학 얼과 길 – 하늘 땅 사람 더불어 사는 살림길 평화살이」(철호, 2024년, 밝은 봄)에는 나라와 국가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뜻하는 글자로 방(邦)과 국(國)이 함께 쓰였다...갑골문에서 방(邦)은 밭 위에 식물이 자라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밭이라는 생명살림터를 중심으로 나라를 생각한 것이다. 국(國)은 의심되는 사태를 대비해(혹 惑) 성벽(口)을 쌓은 모습이다. 혹(惑)은 창(戈)을 들고 성(口)을 지키는 마음이다. 고도한 인위와 강제, 권력작용과 전쟁을 중심으로 나라를 생각한 것이다.”



 이런 의미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국가”라는 표현보다는 “하나님의 나라”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밭이라는 생명살림터를 중심으로 나라가 구성되고 운영되는 곳입니다. 불신과 의혹에 근거해 울타리를 쌓고 힘과 강제, 전쟁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나라가 아닌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왕조 국가를 원했을 때 하나님은 사무엘을 통해 그들이 세우고자 하는 왕조 국가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너희를 다스릴 왕의 제도가 이러하니라. 그가 너의 아들들을 데려다가 그의 병거와 말을 어거하게 하리니 그들이 그 병거 앞에서 달릴 것이며, 그가 또 너희의 아들들을 천부장과 오십부장을 삼을 것이며, 자기 밭을 갈게 하고 자기 추수를 하게 할 것이며, 자기 무기와 병거의 장비도 만들게 할 것이며, 그가 또 너희의 딸들을 취하여 향료 만드는 자와 요리하는 자와 떡굽는 자로 삼을 것이며, 그가 또 너희의 밭과 포도원과 감람원에서 제일 좋은 것을 가져다가 자기의 신하들에게도 줄 것이며, 그가 또 너희의 곡식과 포도원 소산의 십일조를 거두어 자기 의 관리와 신하에게 줄 것이며, 그가 또 너희의 노비와 가장 아름다운 소년과 나귀들을 끌어다가 자기 일을 시킬 것이며, 너희의 양 떼의 십분의 일을 거두어 가리니 너희가 그의 종이 될 것이라”(삼상 8:11-16)



 사무엘의 진술은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국가론’의 해설일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기술일 것입니다. 사무엘의 진술을 통해 우리는 동서고금의 수천년 역사 속에서 지속되어온 국가의 실체를 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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