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70)
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70)
베버는 자본주의가 멸망하리라고까지 예견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자본주의 체제와 질서가 갖게 될 “압도적인 강제력”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미국의 산업자본주의를 보면서 베버는 “영리 추구가 종교적, 윤리적 의미를 박탈당한 채 스포츠와 같이 경쟁적으로 쟁취해야 할 목적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로부터 110년의 시간이 흘러 미국의 신학자 하비 콕스는 베버의 불길한 예견대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기독교가 자본주의에 의해 완전히 잠식당했음을 인정하며 「신이 된 시장, The Market as God」 (유강은 역, 2018년, 문예출판사)을 출간합니다. 그것은 87세의 노신학자 하비콕스가 서구 기독교의 슬픈 현실을 노래한 현대판 ‘예레미야 애가’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의 핵심을 이루는 두 가지는 자본(capital, 돈)과 시장(market)입니다. 시장은 인류와 함께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그것은 처음에는 인간 삶에 유용한 하나의 도구였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시장은 절대화된 신적 존재가 되어 인간의 삶과 정신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시장의 작동 원리를 몸으로 배우고 익힙니다. 그것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어디에서 태어나든, 인종과 지역이 어디든 상관 없이, 지구상에 태어난 이유만으로 자동적으로 배우고 익히는 삶의 원리가 되었습니다. 시장의 원리는 전지구적 차원에서 모든 나라, 모든 사람들을 지배하는 삶의 원리가 되었습니다. 베버가 우려했던 그대로 시장의 원리는 “압도적인 강제력”이 되었습니다.
시장 원리는 바울의 표기에 따르면 세상의 초등학문(στοιχεῖα τοῦ κόσμου)입니다. 그것은 세상을 움직이는 기본 원리이고 질서이며, 자본주의 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기본 원리이자 질서입니다. 그것은 단지 기업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나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됩니다. 시장의 원리, 혹은 생리에 적응하는 자는 살아남고 적응하지 못하는 자는 도태됩니다. “적자 생존, 비적자 도태”는 이 시장의 기본 원리이며 질서입니다. 하비 콕스는 현대 자본주의의 시장(market)이 단순한 market이 아니라 Market이 되었다고 진단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단순한 word가 아니라 Word가 되었던 것처럼 시장이 Market이 되어 신적 권위와 인격성을 획득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시장의 원리를 이해하고 시장의 뜻대로 행하는 자들은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들은 시장이 허락하는 자비와 은혜를 받을 것입니다. 그들은 시장이 약속하는 행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의 원리에 반하고 시장의 뜻을 이행하지 않으며 제 맘대로, 제 뜻대로 살고자 하는 자는 저주를 받고 도태될 것입니다. 그들은 구원받지 못할 것입니다. 시장은 신(神)의 지위를 획득하고 사람을 구원하거나 심판합니다. 모든 국가, 민족, 사람들은 시장의 심판대 앞에 날마다 서게 됩니다. 시장의 뜻을 이해하고 준행하는 자에게는 시장 신이 약속하는 행복이 펼쳐지지만 그렇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심판이 선고됩니다. 시장의 원리, 시장 신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⓵ 너희는 나 이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나를 따르는 자는 행복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 자는 쫄딱 망할 것이다.
⓶ 너희가 내 말을 믿고 따르면 반드시 성공하고 많은 돈을 벌 것이며 행복할 것이다.
⓷ 내가 너희에게 자유를 주노니 온몸과 마음을 다해, 능력을 다해 시장 안에서 경쟁하라. 그리고 승리하라.
⓸ 나의 안(시장 안)에 거하라. 나와 하나가 되어라. 그러면 네가 열매를 많이 맺으리라.
⓹ 너희는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어라. 어느 곳에 가든지 시장을 넓히고 개척하라. 내가 주인이 되게 하라.
⓺ 네 인생의 주인은 너 자신이다. 내 안에서(시장 안에서) 마음껏 네 꿈을 이루며 살아라.
⓻ 내 안에서(시장 안에서) 성공을 위한 열쇠는 효율성과 경쟁력, 속도다. 도덕과 윤리는 잠시 접어두고 이것을 먼저 선취하라. 도덕과 윤리는 승리자의 덕목일 뿐이다.
⓼ 승패는 내 안에서(시장 안에서) 필연적이다. 아무도 이것을 피해갈 수 없다. 네가 승자이거든 패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자가 되어라.
⓽ 너희는 저들(월가의 사람들, 시장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라. 그들에게 귀 기울여라. 그들은 나의 선지자니라.
⓾ 내 안에서(시장 안에서) 모든 것은 상품이 되고 돈이 되나니 하나님도 영성도 생명도 예배도 자연도 거룩도 모든 것이 상품이 되고 돈이 되느니라. 돈 벌 기회는 언제나 네 앞에 있느니라.
앞에서 우리는 엘런 그라이더가 사회학자 보르디외의 “아비투스” 개념을 신앙의 영역에 소개하고 있음을 말한 바 있는데 하비 콕스도 이 책에서 동일한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는 책에서 “무반성적이고 거의 자동적인 것으로 바뀌는 윤리적 행동양태”를 “하비투스(habitus)”로 지칭하면서 이같은 행동양태를 함양 하는 일에 그리스도인이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 토마스 아퀴나스를 소개합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플라톤이 말한 고전적 4대 덕목 – 지혜, 정의, 용기, 절제 – 에 기독교인에게 요구되는 신학적 덕목 – 성령의 열매로서의 덕목(갈 5:22-23절) - 을 더하여 이들 덕목이 그리스도인의 내면과 행동, 자세와 태도를 ‘자동적’으로 규율하도록 장려할 것을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신학적 덕목이 몸에 배어서 생활의 모든 국면에서 이들 덕목이 자동적으로 행동화 하도록, 하비투스를 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비 콕스는 현대 자본주의 시대가 전개되면서 ‘시장’도 자신에게 합당한 하비투스를 갖추도록 인간을 훈육한다고 말합니다. 시장 신이 지배하는 현실에서는 예배도 “상품화‘하고, 교회는 ’서비스 기관‘으로 전락합니다. 시장 안에서는 모든 것이 상품화 되고 소비되며, 사람들은 만족을 추구하는 고객이 됩니다. 우리 각 사람의 아비투스는 누구에 의해, 무엇에 의해 구성되고 형성되었습니까?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입니까, 아니면 시장 신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