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66)
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66)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 종말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점, 통찰이 이루어진 것은 제 나이 오십을 넘어 육십 즈음에 이루어진 일들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만난 후 지금까지 35년 동안을 성경을 공부하고 궁구해 왔건만 성경에 대해 알았다 할 것이 하나도 없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울이 말한 대로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기를”(엡 4:13) 늘 추구하며 기도할 밖에요.
<생태신학>에서 베드로 후서 3:10, 12절을 지구가 불타 사라진다는 의미로 번역하는 것이 성경 전체의 주장에 비추어 잘못된 것임을 앞에서 살펴본 바가 있는데, 이와 연관해 주목해야할 단어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체질’로 번역된 στοιχεῖα (stoicheia)입니다. 신약성경에서 στοιχεῖα (stoicheia)는 바울에 의해 모두 5곳에서, 베드로 사도에 의해서 2곳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의 날이 도적같이 오리니 그 날에는 하늘이 큰 소리로 떠나가고 체질(στοιχεῖα , stoicheia)이 뜨거운 불에 풀어지고 땅과 그 중에 있는 모든 일이 드러나리로다”(벧후 3:10)
“하나님의 날이 임하기를 바라보고 간절히 사모하라. 그 날에 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체질이 뜨거운 불에 녹아지려니와”(벧후 3:12)
“이와 같이 우리도 어렸을 때에 세상의 초등학문(στοιχεῖα τοῦ κόσμου) 아래 있어서 종노릇 하였더니”(갈 4:3)
“이제는 너희가 하나님을 알 뿐 아니라 하나님의 아신 바 되었거늘 어찌하여 다시 약하고 천한 초등학문(στοιχεῖα)으로 돌아가서 다시 그들에게 종노릇 하려 하느냐”(갈 4:9)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 주의하라. 이것은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στοιχεῖα τοῦ κόσμου)을 따름이요, 그리스도를 따름이 아니니라.”(골 2:8)
“너희가 세상의 초등학문(στοιχεῖα)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거든 어찌하여 세상에 사는 것과 같이 의문에 순종하느냐”(골 2:20)
“때가 오래 되었으므로 너희가 마땅히 선생이 되었을 터인데 너희가 다시 하나님의 말씀의 초보(στοιχεῖα)에 대하여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할 처지이니...”(히 5:12)
바울 사도와 베드로 사도가 그들의 서신에서 사용한 στοιχεῖα(stoicheia)는 당시 로마사회에서 영적, 정신적, 물질적 기본질서와 원리를 의미하는 단어였습니다. 1세기 그리스 로마인들은 해, 달, 별 등의 천체를 인간의 운명과 삶을 좌우하는 신적 존재로 여기고 천체의 운영원리를 탐구함으로 점성술과 천체술을 발전시켰는데 그 원리를 στοιχεῖα (stoicheia)라 불렀습니다. 엠페도클라스, 플라톤 등이 불, 물, 흙, 공기를 우주를 이루는 기본 요소라고 주장했는데 이 기본요소를 στοιχεῖα (stoicheia)라 불렀습니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기본 도덕 원리들이나 자연 질서에 따른 삶의 규범을 στοιχεῖα라고 부르기도 했고, 알파벳 교육이나 기본 수학 등의 기초 원리를 지칭할 때 στοιχεῖα라는 말을 사용하였습니다.
히브리서 5:13절에 사용된 하나님의 말씀의 ‘초보(στοιχεῖα)’는 6:1절의 “그리스도 도의 초보를 버리고”와 연관하여 그리스도인들이 기초적인 교리의 수준을 뛰어 넘어 영적, 인격적 성장과 성숙을 추구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는데 별 이견이 없습니다. 갈라디아서 4:3, 9절에서 바울이 사용한 초등학문(στοιχεῖα)의 의미는 다시 돌아가선 안 될 구약의 율법적 질서,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를 믿는 믿음 안에서 얻은 자유를 억압하고 구속하는 과거의 율법적 질서 및 규범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가 골로새서에서 언급하는 초등학문(στοιχεῖα)은 그리스 로마적 삶의 양식 및 원리, 질서, 가치관, 세계관 등을 의미하는 것 또한 분명합니다. 바울은 이런 세속적 원리를 따르지 말고 오직 그리스도만을 따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울이 갈라디아서, 골로새서, 히브리서에서 사용한 στοιχεῖα (stoicheia)의 의미가 이와 같을진대 베드로후서에 사용된 στοιχεῖα (stoicheia)를 굳이 우주 만물을 이루는 물리적 기본 요소인 불, 물, 흙, 공기를 의미하는 단어와 연관된 ‘체질’로 번역하고 해석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 단어로부터 기독교인들은 참으로 오랜 시간 우주와 지구가 불에 타 없어질 것이라는 종말론적 상상을 확고부동한 하나님의 말씀이요 뜻으로 알고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저를 포함해 많은 기독교인들이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James D.G. Dunn과 N.T. Wright는 stoicheia를 율법주의와 그 배후의 영적 권세(타락한 영적 질서)로, 인간이 만든 종교적 시스템과 철학적 이론 모두를 포함하는, 그리스도 안에서 폐기되어야 할 과거의 질서로 보았습니다. 주님 오시는 날, 불타 없어져 사라질 것은 세속적 낡은 질서이지 하나 뿐인 이 지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들의 해석과 주장이 생태신학적 관점에서든 성경 전체의 맥락에서든 더 타당한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