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34)
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34)
마태복음을 다 읽고 났을 때 제게 일어난 놀라운 변화는 성경에 기술되어 있는 모든 일들이 믿어졌다는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의 출발은 이른바 “거룩한 수동태의 역사”라고 하듯이 나 아닌 내 밖의 누군가에 의해, 아니면 어떤 신비로운 작용에 의해 과학과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이를테면 처녀의 몸에서 예수가 성령으로 잉태했다든가, 예수가 물 위를 걸었다든가,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덩이로 5,000명을 먹였다든가, 예수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든가 하는 진술들이 그냥 믿어졌습니다. 그 모든 진술들이 사실이니까 이렇게 기술되어 있겠지 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마태복음을 다 읽고 난 후에 들었던 또 하나의 생각은 이 책을 쓴 사람이 독자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썼다는 느낌이었습니다. 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밥벌이용으로 제가 소설책을 한 권 출간한 적이 있었는데 그 소설을 쓰면서 저는 끝없이 독자들을 의식하면서 글을 썼습니다. 독자들이 원하는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래야 많이 팔릴테니까요. 그런데 마태복음은 달랐습니다. 읽을 독자들을 배려하거나 의식한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신앙을 어필하고자 하는 의지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있었던 사실을 묵묵히 기술한 것 뿐이었습니다. 다 읽은 사람에게는 믿을래 말래만의 선택이 주어진 것 같았습니다. 마태복음을 다 읽고 난 후 제 마음속에서 선명히 제기되는 질문은 단 하나, 이 사람, 예수는 누구인가? 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은 예수는 사람인가, 아닌가? 였습니다. 그가 했던 말들과 그를 통해 일어났던 일들을 곰곰이 생각해 볼 때 제가 내린 결론은 사람은 아니다 였습니다. 사람이 아니면 그럼 누구? 신? 신이라고??? 만일 예수가 신이라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신인 것을 알고도 믿지 않는다면 그 후과는 엄청난 것일 수밖에 없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속에서 타협이 일어났습니다. 예수가 신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신과 진배없는 존재다 정도로 인식하기로 타협이 일어났습니다.
# 1995년 7월 3일. 그날은 제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실업자가 된 날이었습니다. 차를 오목교 다리 밑에 세우고 멍때리고 있을 때 신세가 딱하고 처량하였습니다. 그때 불현듯 기도해보자는 생각이 일었습니다. 밑져야 본전인데 뭐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하나님 거기 계슈 하는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기도가 계속되면서 내 마음 깊은 곳에 쌓인 회한과 원망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나쁜 마음으로 살아온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이렇게 인생이 곤고하고 팍팍한지 하나님한테 따지고 대들었습니다. 그때 “네가 네 마음대로 살아오지 않았느냐” 하는 음성이 천둥과 같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왔습니다. 하나님이 제 마음속에 현존하셨습니다. 제 영의 귀가 열려 그의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제 내면에 천하의 진리를 깨달은 놀라운 환희가 엄습하였습니다. 공자님 말씀대로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아아, 나는 내 인생의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되었고 그 해법도 알게 된 것입니다! 내 마음대로 살아온 것이 내 삶의 모든 문제의 원인이었다면 앞으로는 모든 문제를 하나님께 아뢰고 그에게서 답을 구하며 그대로 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도(道)를 한순간에 깨우친 것입니다. 아니 하나님께서 친히 깨우쳐 주신 것입니다.
# 1995년 7월 6일. 회사 업무를 인수인계 해 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날은 집 근처 성산대교 밑에 차를 세우고 흘러가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하나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음에도 실직의 현실 앞에서 썰렁한 마음을 쉬 달랠 수는 없었습니다. 그날 또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흘러가는 강물 어딘가로부터, 제 등 뒤 어딘가로부터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성모야 내게로 오라”는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그 음성을 듣는 순간, 내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습니다. 달려가 그 품에 푹 안기고 싶었습니다. 나를 불러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이분이 예수님인 것을 금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때 걱정이 된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기에 대고 제가 말했습니다. “나 아무래도 교회에 나가야 될 것 같애” 아내가 진짜냐며 엄청 좋아했습니다. 자기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어주셨다고 기뻐했습니다. 1995년 7월 9일. 아내와 딸 아이와 함께 생애 처음으로 교회에 출석했습니다. 그때 처음 들은 찬양이 경배와 찬양팀의 「오직 예수」 였습니다. 그때로부터 오랫동안 저희 집 거실에 는 누군가로부터 선물받은 “오직 예수”가 새겨진 작은 목판 액자가 걸려있었습니다. 그것은 제 심비(心碑)에도 새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