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11)

라파공동체2026.03.28 15:242

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11)



  앞에서 저는 제가 이해하고 경험한 바의 아나뱁티스의 16가지 특성에 대해 말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참된 그리스도인의 표징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누구이며, 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일종의 지표인 셈이지요. 다시 말해 그 16가지 특성은 한 존재, 곧 그리스도인이라는 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다양한 특징이라는 것입니다. 교회란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지요. 그리스도인이란 예수를 그리스도로 알고 믿고 따르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안다는 것과 믿는 다는 것과 따른다는 것 사이에는 불연속성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각각의 개념에 대한 이해와 실천에 있어서도 상당한 층위의 차이가 노정됩니다. 그 층위는 서로 다름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옳고 그름의 분별과 대립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서로 다름은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옳고 그름의 문제는 분별되고 개혁되고 고쳐져야 합니다.    



 세계기독교연구센터가 발표한 2024년 전세계기독교 인구는 약 30억명에 달하는데 이중 카톨릭 인구가 12억 7,800만명이고 개신교 인구가 17억 3,000만명입니다. 이 중 6억 8,300명이 오순절 교인이고, 6억 2,500만명이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인이며 4억 2,100만명이 기타 교단소속 교인입니다. 이중 전세계 아나뱁티스트들을 200만명이라고 볼 때 전체 기독교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00066%에 불과합니다. 기독교 인구변화에 있어서 가장 특기할 사항은 오순절 교인 숫자의 급격한 증가입니다. 오순절 교인수는 1900년에 불과 98만명에 불과했는데 120년이 지나 690배가 증가하였습니다. 앞으로 100년이 지나서 전세계 아나뱁티스트의 숫자가 그렇게 불어나는 역사가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세상은 훨씬 아름답고 살만한 곳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하긴 기독교 인구 변화에서 북미의 아미쉬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한 사례도 드물기는 합니다. 그들은 1900년에 6,000명이었는데 현재는 40만명에 달하고 있으니 무려 66배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 오순절 교단 다음의 신장세를 보여주고는 있습니다. 아무튼 제가 이렇게 전세계 기독교 인구구성과 비율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같은 기독교인이라고 하지만 그 안에는 그리스도를 알고 믿고 따르는 점에 있어서 다양한 층위와 편차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다행히 현대 국가에 들어와 국가와 종교의 분리, 신앙의 자유 사상이 전세계 민주국가의 헌법규범이 됨으로 기독교인 내부 사이에서 옳고 그름의 분별로 인해 죽고 죽이는 일은 이제 사라졌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아나뱁티스트들에게는 여전히 200만명대 30억명이라는 일종의 대항구조가 성립되어 있음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 자신이 스스로를 아나뱁티스라고 고백하기까지 30억명의 기독교인들이 품고 있을 법한 숱한 의문과 오해, 불신과 편견의 장애를 뚫고 나와야 했고, 아나뱁티즘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자신에 대한 철저한 자기 검열,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는 자기 성찰의 긴 시간을 통과하여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다양한 신학과 성서적 관점의 차이를 비교, 분석, 검토해야 했고, 시대정신, 세속적 세계관과 아나뱁티즘과의 상관관계를 깊이 들여다보아야 했습니다. 아나뱁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된 이후에도 나 자신을 아나뱁티스트로 커밍아웃하기까지는 크나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뭘 꼭 그렇게 내가 누구라고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고, 그냥 침례교 목사로 살면서 내용적으로, 실천적으로 아나뱁티스트가 되면 되지 않겠느냐고 갈등하는 내부의 두 자아와도 오랜 시간 갈등을 겪어야 했습니다. 저의 경우이지만 한국에서 아나뱁티스트가 된다는 것은 “천로역정”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무릇 한 사람의 어떠함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개인화 과정과, 그 사람을 둘러싼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제가 아나뱁티즘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1995년∼96년 사이 모교회 교회사 프로그램을 공부하던 중이었습니다. 당시 필독 도서가 J.M 캐롤의 「피흘린 발자취」였고 참고도서가 윌리암 에스텝의 「재침례교도의 역사」였습니다. 저의 신앙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재침례교도의 역사」 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대답도 사실은 묻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제한되어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아나뱁티즘에 대해 우호적이라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재침례교도의 역사」라고 말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른 책을 말해 주었을 것입니다. “자기 검열”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신앙하는 사람들에게는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주어진 멍애와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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