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아내의 이야기 - 빛 아래의 나 -
* 홈스쿨을 배울 때 소개받은 책 ‘샬롯 메이슨 교육을 만나다’를 읽으며 자녀에게 꼭 하게 해야하는 것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본인의 말로 이야기하는 것, 글로 작성하는 것임을 알게되었습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습득할 때 말하기와 글로 정리하는 것이 어릴 때부터 숙달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교육인지를 알게되니 글을 쓰는 일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어야하는 것이 아닌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같은 것을 읽고, 보고, 경험하더라도 나의 말과 나의 글을 쓰다보면 나오는 것들이 모두 다르기에 내가 말하는 것, 내가 적는 것이 참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되니 말하기와글쓰기가 고귀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내가 살아온 시간이 그저 한 날로 지나가는 것이 아닌 나의 시선과 나의 생각이 담긴 것들로 남겨질 수 있는 날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정리 정돈은 어릴 적 부터 들여온 습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되면 자연스레 떠맡아 하게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습니다. 문득 정리는 무엇일까 생각할 때 정리에 의미가 부여되어 가족들이 지나간 자리, 가족들이 남긴 흔적을 지우는듯 느껴지면 괜스레 씁쓸하고, 가족들이 느낄 편안함과 청결함을 생각하면 뿌듯한 감정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그 중 제게 여운이 남는 것은 전자입니다. 이들이 남긴 흔적을 하나씩 정돈하고 치우다보면 너무 말끔히 사라지는 그 순간이 쓰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흔적조차 아까울 만큼 마음이 커지는 것이 가족인가 봅니다. 가족이 계속 내 곁에 있을 때는 흔적이 거슬릴 때가, 아까운줄 모르고 매일 지워대는 그 날의 잔해들이 일거리로 느껴져 지치고 피곤할 때가 있는데 막상 가족이 내 곁을 떠나 없을 때에는 그 작은 흔적조차 큰 의미로 다가와서 마지막까지 미루고 미루다 결국 한 가지라도 남기게 되는 것을 보면 한 사람이 주는 의미와 자리가 얼마나 큰 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집도 사람이 없으면 낡아지지만, 낡고 닳은 집도 사람이 들어가 살면 고와진다는 것이 헛된 말은 아니었나 봅니다. 잃기 전에 내게 주어져있을 때에 감사하며 살아야 할 이유가 이처럼 큼에도 불구하고 지나온 시간을 생각해보면 저는 가족들에게 소속감과 안정감이 아닌 많은 빈자리를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제가 살던 집에는 어른의 부재가 잦았습니다. 헛헛한 마음을 감당할 길 없어 제가 찾아다닌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유치원생일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집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정말 싫어합니다. 특히 아무도 없는 집은 발도 들이기 싫어 일거리를 들고 바깥으로 나가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아주 어릴 때에는 늦은 저녁에야 불러주며 저녁밥을 먹이고 재워주기에 그 전까지는 집 앞에서 친구들과 온종일 뛰어놀았습니다. 비가올 때에 모두 제 집으로 들어가도 저는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손으로 눈을 가리고 서있었고, 친구 집에 가서 노는 것이 일상이었고, 친척 집에 맡겨져 몇 날 며칠을 지내는 것도 익숙한 일이었습니다. 나의 공간, 나의 가족, 나의 집은 어려서부터 제게는 잘 와닿지 않는 그런 단어입니다. 몹시 애처롭거나 불쌍하게 다가오기도 하려나?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언제나 지낼 곳 없이 있지 않고 누군가의 집에서 따뜻하고 시원한 날들을 보냈고 나를 잘 챙겨주고 들여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지내는 일상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를 구박하거나, 질책하거나, 과하게 일을 시키는 것 없이 잘해준 기억들이 많아 감사한 기억이 참 많은데 한 편으로는 나의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공허한 마음이 커지기도 합니다. 빈 자리를 대신 채워주려는 수 많은 노력은 있었지만 그것이 모두 나의 것은 아니었기에 돌이켜 생각해보는 지금, 많은 공허감이 맴도는 듯 합니다.
제 흔적을 고이 간직해주는 사람,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 내가 지나간 자리를 아까워해주는 사람이 많았음에도 저는 늘 누군가를 찾아 헤매듯 살았습니다. 어려서는 친구, 커서는 남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을 꿈꾸며 지냈으나 어느 것도 지속되기는 어려웠고 내게 아주 소중하다 느껴졌던 친구들이 제 길을 찾아 가며 주변에 다른 이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멀어졌습니다. 나랑만 놀아야한다고 질척대지는 않았지만 내가 어느 순간 수 많은 사람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으면 자연스레 제가 거리를 두고 멀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게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참 허투루, 또 서툴게 잘 해주며 그 사람들에게 수 없이 맞춰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나라는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사람이 돌이켜 생각해보면 많았는데 만족하지 못했던 것은 왜 그럴까, 나는 왜 만족하지 못할까 글을 쓰는 지금 조금이나마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생각할 수록 드는 느낌은 내가 서있는 곳을 중심으로 원이 그려져있고 그 속으로 많은 사람이 오갔지만 진정으로 그 속에 둘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인지, 그 속에 있어줄 사람이 없었던 것인지 모를 혼란만 남긴채 항상 원 안에 제가 홀로 서 있는 느낌이 듭니다.
남편을 만나 가족을 이루었을 때에도 남편과 나의 사이보다 주변 부수적인 것들에 더 집중하여 시부모님께 과도히 잘하거나, 나의 가족들이 내가 없다는 것에 서운해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친근감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던 시간이 많았고, 그렇게 남편을 뒤로한 채 아이를 낳은 후에는 아이에게 집중하는 듯 했으나 곧 돌이 지나 어린이집에 다니고서부터는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에게 잘하며 남편과 아이를 점점 나의 원 밖으로 밀어내듯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에서 떨어뜨려놓기 시작했습니다. 왜 나는 이 원 안에 남편과 아이와 나를 두지 못하고 타인을 들였다 밀었다 할까? 남편과 아이조차도 이 원 안에서 살지 못하게 밀어내는 것일까? 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나? 나는..나는 혼자가 좋은가? 수 많은 질문이 떠올라 제 머리 위에 먹구름이 되어 아주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저는 늘 어둡고 조용한 곳에 홀로 서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러다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면 활짝 웃으며 친근하게 대화도 잘 하고 잘 지내는 듯 하지만 그 사람은 결국 지나갈 사람임을 알아서 그다지 오래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습니다. 남편과 아이는 내 곁에 오래 있을 가족인데도 불구하고, 또 그들의 흔적조차 치우는 것이 아까울 만큼 소중한 존재들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제 마음에서는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가족이라고 하기엔 맞닿을 수 없는 자리에 그들이 서 있는 듯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저는 사람을 필요로하고, 어느 누군가에게는 사무치게 그립고 소중한 사람이고파서 여전히 사람에게 잘 해주며 다가가고 그들이 느낄만큼 나를 두고 가지 말라는 암묵적인 신호를 참 많이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버림받을 걱정 없어보이는 이들을 보면 천하태평하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해 살아가면서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까, 저런 것들이 얼마나 주변을 힘들게 하는지도 모르고 되게 이기적이다 등등의 생각으로 끊임없이 나와 타인을 비교하며 버림받지 않을 채비를 하듯 나를 재정비하기도 합니다. 어차피 원 안에 홀로 서 있고 나갔다가도 다시 돌아올텐데 왜 늘 채비를 하고 누군가를 따라갈 듯 준비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나의 태도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라파에서 발견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집중하는 시간보다 타인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고, 또 타인이 나를 얼마나 생각해주고 얼마나 바라봐주는지를 걱정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이 부끄럽지만 그것이 오롯이 나의 모습이었고, 그들의 머릿속이 온통 나로 가득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면 이게 내가 엄마, 아빠에게 바랐던 것이구나 알아차리고 다 커서 타인에게 이런 마음들을 내비치고 있는 자신이 못나게 보이기도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새벽예배 시간에 신명기 말씀을 묵상하는데 하나님께서 제게 이 말씀에 반응하게 하셨습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 (신8:2)"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우주에서 지구가 얼마나 제 역할을 하며 돌아가는지, 하늘의 해와 달이 잘 있는지, 새들은 잘 날아다니고 잘 먹는지, 바닷 속 고래들이 먹이는 잘 먹는지 돌아볼 것들이 참 많으실 텐데 이 수 많은 인구가 사는 지구에서, 수 많은 그리스도인들 중에서 오늘 내게 “네 마음이 어떠한지” 궁금해하신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에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사람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곳에 숨어서 혼자 주변을 어둡게 만들고 나 홀로 가만히 있는데 하나님께서 내게 ‘네 마음이 어떤지 알려고하는 중이야.’ 라고 해주시는 것 같아 얼마나 마음이 벅찼는지 모릅니다. 누군가 나를 찾아주는 것을 무척이나 바라고 바랬나봅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저 하나님의 말씀을 잘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지켜보시겠다는 건가? 내가 오늘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삶을 사는 것이 그 분께 무슨 도움이 되나? 싶은 생각을 하였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 설레임이 팝콘 튀기듯 한 번 터지고 나니 곧이어 수 많은 팝콘이 튀겨져 터지듯 드는 마음이 ‘내가 그 분께 참 중요하구나. 오늘 내가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그 분의 뜻을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가 그 분께는 중요한 일이구나.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삶을 살라고 나를 만드셨으니 내가 그런 삶을 살고자 1초 생각하고 1분 생각하고 하루를 생각하며 산다는 것은 그 분께 기쁨이구나. 아, 나 소중하구나.’ 였습니다.
사람은 몰라도 하나님은 제 이런 어두운 마음을 아셔서 어릴적부터 사람을 찾아 헤매고, 기대려 애쓰고, 소중한 존재가 되어보려 노력할 때 늘 하나님은 뒷전이요 나의 가족들은 뒷전인 모습을 보고 혼내지 않으시고 제게 너의 마음이 궁금하다 물으시는 것은 정말 저에게 잘 맞는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에게 맞추지 않더라도 오늘 내가 생각하고 말하고 살아가는 시간들은 참 소중하고, 모든 이에게 의미가 깊지 않더라도 하나님과 나의 가족이 이런 나를 알아준다면 내 자신과 삶에 만족할 수 있겠다고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어느 곳에 있더라도 하나님은 나를 찾아주십니다. 제게 너의 마음이 궁금하다고 물어주시고, 오랜 시간 다른 것들로 만족해보려 애쓰는 저를 질책하지 않으시고 다가오셔서 내가 너를 궁금해하고 있단다. 말씀해주실 때 그 분께 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주 어둡던 마음에 하나님께서 살짝 부드러운 손으로 먹구름을 거두어주시고 너무 쨍쨍하지도 어둡지도 않은 맑은 날로 다가와 주셔서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 주변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얕은 빛이 어두운 곳을 밝힐 때 제게 가장 먼저는 하나님께서 나를 아주 아끼셔서 어릴 적부터 내가 가졌던 궁금증과 마음들로 올려드린 낡고 구겨진 기도가 담긴 종이를 버리지 않으시고 소중히 간직했다가 펼쳐서 내 눈 앞에서 답해주시는, 오랜 시간의 기다림을 허투루 생각지 않고 나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말들에 하나하나 세세히 답해주실 나만의 하나님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가장 먼저 보이는 나의 가족, 나의 남편, 나의 아이 둘. 내가 어디를 바라보고 무엇을 하더라도 늘 내 곁에서 함께 해주는 나의 가족. 이 마음을 느끼고 난 후 일상을 살며 마트에 갔을 때 아이 둘과 유제품 코너에있다가 혼자 사라진 나를 찾기 위해 저 멀리서 남편이 아이들에게 ‘이제 엄마 어딨나 찾아보자!’ 해주는 목소리가 얼마나 좋던지요. 나를 찾아주고, 내 흔적을 고이 간직해주고,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고, 내가 지나간 자리를 아까워해주는 나를 사랑해주는 내 가족. 그리고 조금 더 어둠이 걷힌 자리에서 보이는 사람은 한 발치 뒤에서 이런 나를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바라봐주시고 흐뭇하게 웃어주시는 듯한 라파의 목사님 사모님, 함께 살아가는 형제 자매님들이 서서히 보이는 듯 합니다. 현재 내게 하나님께서 붙여주신 아주 소중한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없는 줄 알았던 나의 집, 나의 가족, 나의 공간이 이 곳에서 새롭게 세워져가는 듯하여 살면서 처음으로 마음 속에서 빛이 있는 하늘 아래를 걷는 나를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나의 앞 날을 기록하고 말로 이야기 할 때마다 오늘 경험한 빛을 잊지 않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제게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환경에서 빛 아래의 나를 기록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빛이 경험되는 소중한 날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