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홈스쿨 이야기 - 서론 -

라파공동체2026.03.28 15:232

* 이번 주는 홈스쿨 기초 1단계의 마지막 수업이었습니다. 윤성모 목사님의 권유로 홈스쿨을 알게되고 어떤 것인지 궁금하여 매 주 토요일 수업듣기를 8회차, 기독교 세계관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홈스쿨 수업을 통해 라파에서도 어른들의 홈스쿨을 하고 있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기회로 회복시키시는 분임을 믿게됩니다.



 



건이와의 일을 겪으며 자녀 양육을 고민할 때 목사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자매님, 홈스쿨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어때요? 우리는 기독교 가정으로서 이전과는 '다르게' 아이들에게 전해주어야 할 것이 분명 있어요. 어떻게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좋은지 더 넓게 생각해볼 수 있을거예요." 후에 목사님께서는 홈스쿨로 자란 청년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먼저 읽어보시고 저에게 전해주셨습니다. 책 속에는 학교를 단 하루도 다니지 않은 청년이 외국으로 나가 여행에 도전하는 이야기가 적혀있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홈스쿨로 자란 사람은 양육이 온전히 부모에게 맡겨지고 하나님, 부모, 자녀와의 결합을 통해 온 가족이 떠나는 믿음 여행이라는 것, 개인에게 주어진 특징을 살려 자랄 수 있고 작은 일에도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기독교적 시각으로 보는 기독교 세계관이 정립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자녀에게 적용하기에 앞서 나에게 적용되는 질문들이 수없이 제 머리위로 떠올랐습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자란 가정에서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들으며 살았을까, 우리는 왜 중독이 되었으며 어떻게 회복해야 온전한 회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혼, 중독자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우리가 왜 이 일을 겪어야만 했는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라야 건강하게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새로운 질문들이 제 머리 위에 떠서 돌아다닐 때, 하나씩 붙잡아 해답을 내놓을 길이 찾아진 것 같아 설레었습니다. 동시에 이 일들이 이미 이루어지는 곳이 라파 공동체임을 알게되었습니다. 이곳은 입소하는 날부터 공동일과를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은 정해진 것 없이 개인이 자율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나섭니다. 어떤 이는 주방에서 갖가지 재료들을 손질하며 모두의 배를 불릴 음식을 하고, 어떤 이는 산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며 닭, 개와 같은 동물들을 돌보고, 어떤 이는 메마른 흙을 갈고 갈아 보드랍게 만든 후 여러 먹거리들을 심고 자라도록 돌보고, 어떤 이는 얕은 포트에 씨앗을 심고 낮밤으로 가꾸어 새싹이 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어떤 이는 사람들이 다니는 자리를 쓸고 닦으며 뿌듯해합니다.



제가 처음 왔을 때 어느 누구도, 어느 것도 하라고 말하지 않아 당혹스럽고 다들 할 일을 찾아 나설 때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했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중독자 가족으로 왔으니 회복하러 온 사람을 위해 내가 더 나은 것들을 해주고 싶어서, 사역하시는 분들께 잘 보이고 싶어서, 나도 이 곳에서 쓸모있는 사람임을 확인하고 싶어서 했던 일들이 참 많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모든 것들은 나를 성찰하고 알아가며 그것들을 통해 내가 성장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그랬듯 라파에서 함께 생활하는 이들은 각자의 빛대로 할 일을 찾아 그 곳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삶에 대해 답을 찾아갑니다. 그래서 어른 홈스쿨입니다. 



여기 있는 우리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빛보다 다른 것들을 중요하다 들으며 자랐습니다. 나를 알지 못한채 타인의 기대와 시선에 맞춰 어른이 되어져 버렸습니다. 그 답답함 속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움, 좌절, 패배감, 부끄러움, 분노, 억울함 등을 느낄 때 찾았던 것들이 내 삶을 지배하여 중독자라는 이름을 안고 깊은 곳으로 떨어져만 갔습니다.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나만 다치고 무너진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해주던 다른 이들에게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모든 것들을 망가뜨린 사람이 되어 다 잃은 채로 정신병원에 보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헤매이다가 이 곳 라파 공동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곳에서 중독이라는 이름으로 하나 되어 함께 걸어갑니다. 중독자들이 모여있어 힘들 줄 알았고, 치열할 줄 알았고, 날마다 전쟁만 가득할 줄 알았지만 한 사람이 눈물로 깨닫고 자신을 찾아가는 것을 보는 것은 더 없이 행복하고 뿌듯한 일임을 알게되었습니다.



이 곳에서 내가 평생 달려온 길을 돌아보며 어디로 온 것인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내가 가진 두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이들에게, 자라며 들었던 이야기들이 나를 어디로 이끌었는지 모르는 이들에게 라파에서는 주어진 환경에서 내 발로, 내 손으로 할 일들을 찾게 하였습니다. 상담을 통해 나의 지난 일들을 기억하고 그 이야기들을 기독교 관점으로 해석하게 하셨습니다. 어디서부터 잘 못 걸어오게 되었는지를 찾아가 그 시간 속에서 헤매일 어린 나를 만나도록 해주셨습니다. 



이 곳은 약도 먹지 않고, 온 종일 수업만 듣지도 않습니다. 어떤 이는 1년의 시간 동안 모든 것을 멈추고 들어오는 것이 아깝다고 말하지만, 이 곳의 1년은 잠시 멈춰서 자연 속에서, 안전한 사람들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다시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가족들은 어찌할 방법이 없던 중독자를 보내며 빈 자리를 느낄 새 없이 '일단 보내고 내 삶을 살자' 하다가, '과연 될까?' 질문하며 초조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가족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이제는 의아함과 의심의 눈이 아니라 같이 걸어줄 마음으로 우리와 함께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라파는 중독자들이 살아가는 진정한 어른 홈스쿨입니다. 겉 모습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어린 시절의 나부터 다시 걸어가는 여정이기에 입소시키러 보낸 이후에 내 가족을 다시 만날 때에는 20대의, 30대의, 40대의, 50대의, 60대의 가족이 아니라 아마 아주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서 있을 것입니다. 라파로 들어서는 문에서 서로를 대면하는 때에는 나의 중독 가족은 지금까지 알던 어른의 모습이 아닌 내면의 작은 사람이 되었음을 인식하고 작은 그 아이를 마주할 준비를 하고 오시기를, 그 작은 아이는 앞으로 다른 길을 걸어가는 여정 중에 있음을 알고 기다려 주시기를, 그리고 그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걸으며 지나간 세월의 억울함을 흘려 보내고 앞으로 함께 걸어갈 여정을 기대하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한 아이가 자라는 여정에 어떤 방법보다 좋은 하나님의 방법, 하나님께서 개인에게 주신 빛을 찾는 여정이기에 더 없이 좋은 어른 홈스쿨의 터전입니다. 가족분들은 지금까지 받은 상처가 무척 아파 이 모든 것들을 기다리는 것이 힘들 것이라 생각되고 저 또한 많이 힘들지만, 그 너머에 하나님께서 놀라운 방법과 생각지도 못한 일들로 회복시키시는 모습들을 보기에 때마다 찾아오고 상기되는 아픔들을 눈물로 흘려보내고 날마다 다시 걸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시간들을 통해 그동안 가졌던 도대체 왜? 라는 질문에 답이 달리고, 무너진 것들을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던 방법으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의 성장을 이루어가는 모습을 보고, 단순 중독이 끊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정말 참 나를 찾아 온전한 회복을 이루어감을 느끼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회복되어가는 한 사람은 부모님이 계시는 가정을, 내가 꾸려왔던 가정을, 앞으로 생길 새로운 가정을 잘 꾸려갈 수 있음도 보게 될 것입니다. 라파에서 만나는 가족의 이름으로 모이는 우리는 두 눈을 통해 이런 이야기들이 주고 받아 지기를, 함께 위로하고 서로를 지켜보는 가족들이 되기를, 중독자의 가족으로서 각자 찾은 답들을 나누는 시간들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다음 이야기는 제 눈으로 바라본 어른 홈스쿨의 실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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