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가족, 첫째 건이 이야기 -2편-
* 한 주 동안 저희는 마리엔느와 마가렛 기념관과 순천만 생태 자연 공원에 다녀왔습니다. 한 영혼을 향한 지극한 관심과 사랑을 준 이후의 삶을 보며 내게도 저런 날이 오기를 바라게 되었고 넓은 평지에 피어난 꽃들과 전시된 작품을 통해 자연을 누리는 모습들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남들에게 줄 사랑이 남아있고, 자연 속에서 누리고 새로움을 발견하는 소박한 행복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순간 머리가 띵했습니다. 건이가 누구를 닮았는지에 대하여 논할 때 얼굴이 엄마 닮아 예쁘다는 소리가 듣기 좋았지, 성격이 닮았다는 소리는 참 싫었습니다. 어느 부분인지 몰라도 내 성격을 닮지 않기를 바랐던 것은 스스로가 부정적인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를 닮아 스탠딩 전등을 뽑아내어 망가뜨리는 일을 하고, 고랑에 숨기기까지 했다니 도대체 나와 어떤 부분이 연결되어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건이는 원래 충동적인 부분이 있어서 그런거 아니였나? 상담센터에서 기질검사했을 때에도 충동부분이 100%였는데 단순히 기질이 아니었나? 이게 왜 나 때문이지? 기도할 때에도 회개를 하려고 하면, 어떤 것을 잘 못한 것인지 깨닫지 못해 답답할 때가 종종 있는데 말씀이나 사람들과 지내면서 문득 깨닫고 나면, 그렇게 부끄러울 수 없었습니다. 나는 나를 바로 보지 못하기에 공동체에서 겪는 일들을 통해 나를 본다는 것은, 씨앗이 자라 새싹을 지나 봉오리가 달리고 움츠린 잎이 피어 꽃이 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단단하고 촉촉한 땅 속에서 내가 씨앗임을 알고, 지면을 뚫고 올라와 햇살과 빗물과 바람을 느끼며 새싹임을 알고, 주변의 작은 새싹들을 내려다 볼 때 봉오리 달린 줄 알며, 움츠린 잎을 내보내어 벌을 만나고 나비를 만나야 내가 꽃인 줄 알듯 나는 비록 꽃으로 다 자랐다고 해도 나를 알아가는 모든 과정은 다시 모든 계절을 거치고 모든 자연을 만나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일도 일어나는 상황에서 알지 못했지만 바람처럼 목사님의 말씀이 내 귀를 스칠 때 나와 건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진딧물같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게되었습니다.
"남편이 술마실 때 자매님이 감춰줬잖아요. 부모님한테, 사람들한테, 자식한테 감춰줄 때 어린 아이였던 건이는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게 된거예요. 엄마를 통해 감추고 거짓말하는 것들을 다 보고 듣고 자란거예요. 이 문제는 온 가족이 같이 책임지세요. 준이 형제는 중독으로 빌미를 주어서, 자매님은 감추고 거짓말해서, 건이는 보고 들은대로 행동해서, 단이는 옆에서 같이 해서 다 책임지는거예요. 어떻게 책임지고 복구할지 의논해보고 건이에게는 엄마아빠가 사과하세요. 내가 너에게 이런 것들을 보여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 보여주세요."
하나님은 바람을 통해 내가 꽃이라는 것을 보여주시며, 가만히 있어도 예쁜 꽃인데 무언가를 숨기고 애쓰는 모습이 있음을 알게 하셨습니다. 나를 화려한 꽃으로 보이기 위해 나는 남편을 해 들지 않는 음지로 밀어넣어 어두움 속에 감추었습니다. 내가 더 화려하게 피어있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노력했습니다. 그 때마다 가족은 나의 우선순위 밖이었고 사역이, 타인이, 원가족이, 청소가 나의 우선순위로 올라와 나를 살림 잘하고 사역 잘하며 타인에게 애쓰고, 엄마아빠에게 결혼 잘한 믿음직한 큰 딸이 되기 위해 애썼습니다. 이 모든 순간 남편과 건이와 단이는 나의 우선순위 밖이었습니다. 건이는 늘 밀려나 나에게 불안을 호소하고, 자신을 봐달라고 요청했으며, 아빠와 나를 음지로 밀어넣지 말라고 더 바깥에서 본인을 과시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매 순간 그렇게 충동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애쓴 해결의 방법은 나를 위한 것, 나를 온전히 있게 하는 것이었고 그 음지에 거짓이라는 진딧물이 달라붙고 달라붙어 건이에게도 전이된 것입니다. 원래가 죄인이지만, 부모를 통해 무언가를 더 전해주고 싶지는 않았는데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또 어찌해야할바 모르던 순간에 매를 들거나 소리치거나 야단치지 않아도, 부모가 함께 책임지며 알려주는 것이 방법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나의 모습을 하나님은 바라보시고 안타까워하시며 애타는 마음으로 바람을 보내어 목사님의 목소리가 되게하셨나봅니다. 그 목소리를 통해 하나님은 깨닫게 하시고 내게 붙은 진딧물을 떨어뜨려 주셨습니다.
그 날 밤 온 가족이 모여 이 문제에 대해 의논할 회의를 열자고 했습니다. 건이는 의외라는 듯 혼내지 않는 아빠, 엄마의 모습을 번갈아 쳐다보았습니다. 이 회의의 이름을 정하자고 먼저 웃으며 이야기하는 건이. 건이가 정한 이름은 '남자 꼬꼬닭 회의'였습니다. 건이에게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을 망가뜨리고 고랑에 숨기려 던져놓은 일은 잘못이라고 알려주고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사과했습니다.
"건아, 아빠가 술마셔서 너희에게 많은 것들을 알려주지 못해 미안해. 앞으로는 하나씩 알려주고 같이 해줄게."
"건아, 엄마는 아빠와 건이에 대해서 숨기고 거짓말하는 모습 보여줘서 미안해. 숨기거나 거짓말하지 않고 정직할게. 또, 건이가 친구들과 놀 때마다 잘못한 것 혼자 다 사과하고 해결하라고 말해서 미안했어. 앞으로는 같이할게."
사과를 한 후 우리가 어떻게 책임질까 고민하였고, 결론은 정원에 전등 심을 자리를 준비하기 위해 잡초를 뽑기로 했습니다. 그 당시 1월, 겨울이라 초록 풀들이 많이 자라지 않아 온 정원에 있는 잡초를 다 뽑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음 날부터 우리는 건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손에 장갑을 끼고,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잡초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뽑으면서 전등 있던 자리를 볼 때마다 이야기했습니다. 물건을 소중히 하자고, 아빠, 엄마가 더 재미있게 놀아주겠다고, 그동안 혼내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내가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미안하다고. 그렇게 3일동안 우리는 잡초를 뽑았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건이의 마음에 거짓의 잡초가 뽑히고 아빠, 엄마의 웃음이, 놀아주는 순간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정직의 순간들이 심겨지기를 소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게도 거짓의 진딧물이 떨어지고 가족들을 양지에서 하나님 창조하신 모습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기기를, 나는 무언가를 숨길 때 아름답지 않고 무언가를 드러내고 있는 그대로 살아갈 때 아름다운 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서있는 땅이 거짓의 땅이 아니라, 정직의 땅이 되기를,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숨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다 드러내놓고 편하게 누리며 살기를, 창조하신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고 소망합니다. 나를 치유하시고, 건이를 치유하시는 하나님은 진정한 치유의 하나님입니다.
- 번 외 : 닭을 강아지에게 주고싶어요 목사님! -
4월 초 어느 날, 닭장에서 죽은 닭 한 마리를 꺼내자 옆에 있던 건이가 지켜보다가 '이 닭 어떻게 할거예요?' 하고 물었습니다. 남편은 '땅에 묻어야지.' 라고 말했으나 건이의 마음에는 3계사에 있는 진돗개 태양이에게 주고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태양이 주면 안돼요?' '안돼. 땅에 묻어줄거야.' 둘의 대화가 끝날 즈음 목사님께서 계사 앞을 지나가시며 건이를 보셨고 건이는 목사님께도 똑같이 물었습니다. '목사님, 닭 태양이 주면 안돼요?' '닭은 죽으면 땅에 묻어주는거야. 이 닭은 땅에 묻으면 좋겠다.' 두 번의 확인이 끝난 후에도 건이는 태양이를 떠올리며 닭을 주고 싶어 주저했습니다. 제가 갔을 때 건이는 닭 다리를 잡고 질질 끌고 다니며 고민하는 눈치였습니다. 뭐하냐고 묻자 건이는 옆 고랑에 닭을 던져줄 것이라고 말했고, 저는 의아하여 왜 고랑에 던지냐고 물었더니 아빠가 그렇게 하라고 했답니다. 아빠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 재차 물었습니다. 닭을 고랑에 넣을 것이냐고 물었더니 건이는 태양이 줄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말이 충격이었습니다.
"엄마, 닭 태양이한테 줘도 목사님께서 지나가다가 보시면 누군가 묻어줬구나 생각하셔서 모를거야."
숨기는 모습이 발동되는 것 같아 마음이 내려앉았습니다. 이런 순간들마다 예전에는 무턱대로 아이를 나무라며 너는 너무 충동적이라고, 너는 거짓말을 벌써부터 한다고 혼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직을 가르쳐야 함을 알기에 다시 한 번 목사님께 물어보라고 이야기했더니 건이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닭을 잠시 내려놓고 목사님 댁으로 터덜 터덜 걸어갔습니다. 문을 똑똑 두드리고 건이가 물었습니다. '목사님, 닭 태양이 주는건 왜 안돼요?' '응, 태양이는 닭을 지키는 개인데 닭을 주면 버릇될 수 있거든. 그래서 닭이 죽으면 땅에 묻어주는거야.' 건이는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실망했는지 늘어진 어깨로 저에게 걸어와 목사님께 들은 말을 전달해주었습니다. (원래는 전달하는 것을 얼마나 어려워했는지요! 충동 100% 건이! 원하는 대로 하고 봐야하는데, 참고 전달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전달, 충동은 사실 가르치지 않고 아이 책임이라고 떠맡기던 나의 변명에 불과했지만요.)
"엄마, 목사님께서 죽은 닭을 태양이한테 주면 버릇되어서 안된데요. 그냥 묻는게 좋겠어요."
건이는 이 말을 뒤로하고 닭을 들고 원래자리로 돌아가 툭 내려놓고 손을 씻으러 갔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말을 잘 듣는 건이를 보고 성장하며 좋아졌다고 기뻐했겠지만, 다 우리를 통해 보고 들은 모습이었기에, 건이에게 옳은 길을 알려주고 그대로 가는 모습을 보고 뿌듯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거짓을 이겨내고 정직을 실천한 모습이 무척 대견하고 멋져보였습니다. 7살에 정직을 실천하는 법을 배워가는 우리 건이. 엄마의 편견과 변명에서 벗어나 올바른 길을 통해 본래의 자신을 잘 알아가고 발견하기를 응원합니다.